(50) 쫄면 전문점 ‘감로당’

추억이 되살아나는 감로당

이필혁 기자 / 2013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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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매콤한 맛으로 먹는 비빔쫄면 (가운데)시원함과 탱탱함이 느껴지는 냉쫄면 (우)직접 삶은 팥으로 맛을 낸 팥빙수.
ⓒ (주)경주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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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천 시장 주변에는 술집들이 즐비했다. 당시 건천 시장엔 우(牛)시장이 크게 형성됐다. 흥정하기 위해 한잔, 기다리며 한잔. 소를 팔았다는 기쁨에 한잔. 시장 부근에는 소를 사고파는 이들을 위한 술 가게가 아니면 다른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감로당은 고삐 잡은 사람들 사이로 교복 입은 까까머리 학생들이 가게 안을 가득 채웠던 곳이다. 쫄면 한 그릇 500원. 쫄면 한 그릇 먹어볼 요량으로 기다리다 배고픔에 단팥빵, 도넛을 집어 먹으며 허기를 달래곤 했다. 비좁은 자리에 간신히 궁둥이를 붙이면 인심 좋은 주인장이 쫄면을 한가득 내어준다. 혈기왕성한 까까머리 학생들에게도 탱탱하고 매운 이곳 쫄면은 부족하지 않았다. 30년이 흐른 뒤 다시 찾은 감로당. 인심좋은 주인장과 탱탱한 쫄면의 양과 매콤한 맛은 그대로다. 하지만 기다리며 먹던 빵은 보이지 않는다. 빵을 만들던 주인장의 남편이 지병으로 더는 못 만든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감로당에서 만난 어느 손님이 들려주는 추억담이다.
1981년 건천 시장 부근에 문을 연 감로당(대표 김순자·66, 아들 김주열·34). 상호가 색다르다. 언뜻 빵집 상호처럼 느껴지지만 빵보다는 쫄면으로 유명한 곳이다. 상호의 유래를 물어보니 주인장은 지나가던 스님이 무슨 뜻으로 ‘감로당’이라 지어줬는데 무슨 뜻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그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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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에도 지역엔 쫄면 전문점이 있었다. 지금도 유명한 ‘M’ 쫄면. 감로당 쫄면은 유명세보다는 정직함으로 승부를 겨룬다. 맛을 내는 양념 대신 쫄면 특유의 매콤함과 쫄깃함으로 30년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가격 싸고 양 많은 요리를 찾다 부산에서 쫄면 요리를 배워왔다. “쫄면 요리가 전쟁 당시에 만들어진 요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피난 장소였던 부산이 쫄면으로 유명했죠. 요리랄 것도 없을 정도로 간단해요”

그의 말처럼 요리는 간단했다. 삶은 면에다 육수를 넣고 양념장을 얹으면 그만이다.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이제는 흔하디흔한 쫄면을 찾는 이유는 왜일까? 이곳을 찾는 이들은 한결같이 추억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10년 단골이라는 한 주부는 “결혼해 처음 이곳 쫄면을 먹었어요. 입덧이 심할 때도 쫄면이 먹고 싶어 남편이 이곳을 자주 들렀죠. 이젠 제 아이가 좋아해 포장해서 갑니다”며 포장한 면을 들고서도 한참 추억을 되새겼다.

건천에 거주하는 이종백 씨도 감로당은 예나 지금이나 만남의 장소라 말한다. “값도 싸고 빵도 먹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 좋았습니다. 이제는 장성해 경주를 떠나도 건천을 들릴 때마다 다시 찾는 곳이죠. 친구들과 ‘감로당에서 쫄면’이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죠”

이곳은 쫄면과 함께 직접 만든 빵이 유명했다. 현재는 빵을 만들던 김정웅(70) 대표가 지병으로 더는 빵을 만들지 못한다. 현관 한쪽 빵 진열장이 텅 빈 채 그의 빈자리가 전해진다. 김 대표의 빈자리는 아들인 김주열 씨가 메우려 한다. 아직은 부족해 빵의 빈자리까지는 메우지 못한다. “쫄면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빵까지 한다는 건 욕심이죠. 제가 만들면 맛이 다르다는 걸 손님이 먼저 느낍니다. 쫄면과 빵을 배워가면서 추억이 서린 감로당을 이어갈 것입니다”

30년을 이어온 비결이 궁금했다. 마늘과 양파, 물엿, 땅콩 등을 넣어 만든 양념 고추장인가? 다시마, 무, 버섯, 어묵을 넣어 끓인 육수? 궁금한 마음에 주인장에게 이것저것 물어봐도 특별한 해답을 해주지 않는다. 대신 웃으며 한 마디를 던진다. “면 삶아서 육수 넣고 양념장 올리면 끝이지. 이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게 어딨어”

감로당은 분식점 정도의 작은 가게다. 거창한 음식과 세련된 서비스를 바란다면 이곳에서는 과욕이다. 대신 메뉴는 분식처럼 이것저것 다양하게 준비돼있다. 쫄면에서부터 라면, 팥빙수, 거기다 어묵까지.

분식점이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다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꼽을 수 있다. 감로당 역시 그런 비결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 쫄면 4000원에 푸짐한 양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이런 누추한 곳을 취재해도 되느냐? 별로 이야기할 것이 없는데”라며 취재를 반기지 않던 모습이 더 진실함으로 전해지는 곳. 감로당에서 주인장이 건네는 미소와 푸짐하고 쫄깃한 ‘쫄면’ 맛을 느껴보기 바란다.

-주소 경주시 건천읍 건천리 335-7번지
-전화 054) 751-1770
-동행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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