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산내 매운탕 전문점 ‘현일식당’

산내 청정자연 민물고기, ‘얼큰달착’ 통째로 넘기다

이필혁 기자 / 2013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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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일 식당은 맑은 물에서 잡아 올린 ‘꺽지, 지름쟁이, 뿌글이, 메기, 피리’로 얼큰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을 낸다.
ⓒ (주)경주신문사


가깝고도 먼 지역. 산내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글귀다. 지역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도 자주 가보지 못한 곳이 바로 산내다. 산내 지역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조금만 시간을 내면 쉽게 오갈 수 있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 산내면은 ‘가도 가도 산, 봐도 봐도 산’이란 말이 연상될 정도의 산속의 마을이다. 시내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 남쪽으로 울산, 서쪽에는 청도군, 북쪽으로 영천시와 이웃해 있는 지역이다.

산내는 여름이 되면 청룡폭포 인근으로 많은 휴양객이 몰리는 등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맑은 물과 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청정한 자연을 그대로 품은 산내지역에서 여유를 만끽하다 보면 자연이 내 품에 와 닿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산내 지역은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낙동강 상류의 동창천과 운문 댐 상류에 있어 산천어, 꺽지, 피라미 등 민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맑은 물에서 자라는 민물고기가 많은지라 이를 이용한 민물매운탕 전문점이 여럿 있다. 이 중에서 자연으로 맛을 낸 민물전문점 현일식당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 최현일 대표의 순박한 인심이 현일식당을 더욱 정겹게 한다.
ⓒ (주)경주신문사


산내 농협 인근에 위치한 현일식당은 산내 맑은 물에서 잡아올린 민물고기로 20년 째 매운탕을 만들어 오고 있다. 예전엔 최현일(60) 대표가 직접 놓은 통발로 잡은 민물고기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지인들과 잡아 준 민물을 사용한다. 대신 산내에서 잡은 고기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젠 힘들어서 직접 잡진 못해. 나보다 고기 잘 잡는 사람들이 잡아 주는데 뭘”
최현일, 서덕희(58) 부부가 만들어 내는 매운탕은 조금 특별하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산초 향이 가득하고, 갖은 양념으로 얼큰한 맛을 내는 매운탕과는 달리 이곳 매운탕은 산초가 향이 진하지 않고 달착지근하다.

잡어 매운탕은 산초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산초를 거의 쓰지 않고도 잡아낸 비법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며 ‘산내 물’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물이 좋지 않으면 고기의 비린내가 심한데 이곳 강바닥은 작은 자갈이 깔렸고 물이 맑아 민물고기 자체에 냄새가 안 나는 거지”

매운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직접 담은 된장과 산초를 조금 넣고 감자, 양파, 무 등 각종 야채에다 고춧가루, 수제비를 넣어 내온다. 매운탕은 한 국자 가득 담아 그릇에 담긴 국수에 말아 먹어야 제맛. 달작지근하면서도 진한 매운탕은 간이 알맞아 공기밥 없이도 한 뚝배기를 비워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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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매운탕이 맵지 않은 데는 고기 자체의 단맛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곳 민물고기는 쓴맛보다 단맛이 많아 고추장을 넣으면 더 달아져. 대신 고춧가루로 진한 맛을 내는 거지”

잡어 매운탕은 특유의 비린내가 많아 산초 등의 향신료를 많이 쓰는 매운탕 전문점이 많다. 하지만 향신료를 대신해 된장으로 비린내를 잡는 곳도 있다. 이곳 역시 직접 담은 된장으로 비린내를 잡고 있다. 산내 민물고기가 비린내 적지만 없을수는 없다. 된장과 약간의 산초로 남은 비린 맛을 없애고 있다.

민물 매운탕에 사용하는 재료는 민물고기는 산내에서 잡아 올린 것들로만 사용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꺽지, 지름쟁이, 뿌글이, 메기, 피리 등 잡히는 대로’

“물이 좋으니까 고기가 좋은 거고 맛도 좋은 거지.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어. 내가 말을 부품 하게 불려서 못해. 기자 양반이 알아서 써”

차린 건 없지만 누추한 곳에 왔으니 밥이나 먹고 가라며 거하게 차려주는 한 상. 시종일관 무뚝뚝한 말투에 오히려 진한 시골 인심이 전해진다. 산내에서 맑은 물과 시원한 공기에 가슴을 채웠다면 맑은 물에서 자란 민물고기로 맛을 내는 ‘현일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떠나길 바란다.

↑↑ 민물매운탕과 함께 추어탕도 이곳의 인기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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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산내면 의곡리 165-6번지
-전화 054)751-5106
-동행독자 김정환, 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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