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통시장 음식점 ‘계림향토음식점'

향토적 메뉴, 세련된 공간··· 시장의 넉넉한 인심은 보너스!

이필혁 기자 / 2013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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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전통시장은 기자의 기억 속 음식에 대한 추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항상 부족했던 용돈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시장 안의 튀김, 김밥 등 분식과 국밥이 제일 만만했다. 맛도 맛이지만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으로 가득 담은 푸짐한 유혹을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었다.

어쩌다 용돈이 넉넉해지면 야간 자율 학습을 뛰쳐나와 교복 대신 점퍼를 입고 시장 골목 안 작은 가게에 앉아 막걸리와 파전을 시켜 놓고 대학생 인양 술을 마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마셔도 만 원 한 장이면 거스름돈으로 집으로 가는 차비까지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시장은 그야말로 그 시절 푸짐한 뷔페였던 셈이다.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경주를 찾고 있지만 과연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시장 음식의 추억을 가진 이들조차도 다른 이에게 선뜻 이곳 음식을 권하기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열린 공간에다 그리 깨끗하지 않아 보이는 않는 환경에서 만들어 낸 음식을 선뜻 권하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 음식점은 30년 이상 장사하던 곳이 많아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았다. 카드도 받지 않아 손님이 다가서기 꺼려지는 부분도 있다.

구식, 비위생적이라는 시장의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미지를 살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앙시장 안 ‘계림향토음식촌’. 계림향토음식촌은 ‘함께’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곳이다. 협동조합을 구성해 함께 영업해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공동으로 나눠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

계림향토음식촌은 대한민국 1호 협동조합형 전통시장 음식점이다. 계림향토음식촌은 시장 안 개인별 식당을 전국 최초 협동조합으로 구성해 지난 6월부터 영업하고 있다.
공동영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벌어들인 수익은 분배를 통해 통합형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 왼쪽부터 한우소머리곰탕. 돼지수육. 장터소고기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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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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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향토음식촌은 현대화된 시설로 환경을 개선하고 정형화된 메뉴, 개선된 서비스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메뉴에서 시설, 서비스까지 현대화를 추구하지만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푸짐함은 그대로다. 국밥, 곰탕, 수육 등 다양한 메뉴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내오고 있다.

이곳은 기존의 상인을 배체하고 새롭게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이상 시장에서 영업하던 상인이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기존 시장 안 대구식당, 양북식당, 영주식당, 포항식당, 현대식당 등 총 10여 군데가 넘는 점포가 있었지만 연로한 상인도 많았고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았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식당에 참여하는 곳은 수익을 가져가고 참여하지 않는 곳은 일정한 비율의 배당을 통해 모두가 이익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기득권 때문이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도 있지만 영업이 잘되지 않는 곳도 있었기에 공동으로 식당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장을 살린다는 공통된 마음이 상인들에게 전해져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계림향토음식촌이 생겨날 수 있었다. 현재 음식촌에는 대구식당, 양북식당, 영주식당, 포항식당, 현대식당 등이 공동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 다섯 곳은 국밥, 곰탕, 수육 등 메뉴가 비슷해 메뉴 통일화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현재 음식촌은 30년 경력의 최석원(50) 조합장이 전문 경영인으로 참여해 이곳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 조합장은 “깨끗한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기분 좋다며 이곳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메뉴에서부터 서비스까지 향토적인 것을 고수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계림향토음식촌’에서 넉넉한 인심이 담긴 시장 음식을 맛보기 바란다.
-주소: 성건동 620-252번지
-문의: 054)743-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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