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진선미 미용실’ - 어서오세요, 이곳에선 모두가 ‘진·선·미’

이필혁 기자 / 2014년 02월 21일
공유 / URL복사
↑↑ 미용실 전경
<우>머리 하러 온 손님, 커피 마시러 온 사람이 누군지 ‘진선미’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다.
ⓒ (주)경주신문사


버릇이 있다. 많은 버릇 중에서 미용실을 갈 때마다 버릇처럼 꼭 가던 곳만을 고집한다. 나만의 머리 모양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헤어스타일을 맡기는 것이 조금 어색해서다.

하지만 단골로 가던 미용실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 스타일이 변하기도 하지만 미용실이 없어지거나 이사 등으로 가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황남동에는 40년 가까이 한 곳을 지키며 동네 사람들의 ‘머리를 매만져 온’곳이 있다. 바로 ‘진선미 미용실’. 김수연(61) 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착한 가게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선미 미용실은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았다.

이웃사촌들과 행복을 나누는 작은 공간으로 그저 그 자리에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김수연 대표와 만남을 위해 휴대전화번호를 물었다. 대뜸 휴대전화가 없단다. “온 종일 미용실에 있는데 휴대전화가 무슨 소용있어요. 여기 오면 만날 수 있어요” 진선미 미용실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사람들이 기억하기 좋게 하려고 그냥 그렇게 한단다.

20대 초반에 처음 가위를 잡았던 그녀는 이제 40년 가까이 가위를 잡고 있다. 억지로 가위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그리고 행복해서 가위를 놓지 못한다.

그가 찾은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저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고 일 할 수 있고 이웃들과 따뜻한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그런 행복이다. 진선미 미용실은 동네미용실이자 동네경로당, 그리고 동네다방이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대부분 손님은 동네 어르신과 동네 사람들이다.

미용실 안은 여섯 명 정도가 모여 앉으면 비좁을 만큼 작은 공간이다. 머리 감겨 주는 곳까지 합쳐도 8평 남짓 되는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머리 하러 오는 손님과 커피 마시러 온 옆집 아주머니, 그저 이야기하러 온 어르신. 누가 손님이고 누가 동네 사람인지 구분은 없다. 가게가 작다보니 처음 오는 손님도 어느새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는 곳이다.

커피 마시러 왔다는 정순남(78) 할머니는 단골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단골이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정 할머니는 “그냥 머리하고 커피 마시러 오는 거지. 일주일 전에 먹었던 밥도 기억나지 않는데 30년 전을 어떻게 기억해”라며 뜨거운 커피를 후~불며 마셨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머리를 만지면 마음에 들고 서비스도 좋고, 가격이 저렴해 더 좋다. 그리고 언제든지 커피를 대접해 주는데 안 올 이유가 없지”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동네미용실에서 남자 손님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나이 많은 남성은 대부분 이발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파마하는 모습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이상발(67) 씨는 이발소에서 파마를 해주지 않아 이곳에 들렀다.

젊게 보이기 위해서다. 미용실보다 이용실이 어울려 보이는 그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머니 최금도(87) 씨가 파마하는 데 지루하지 않도록 함께 파마하는 것. 그는 어머니와 파마도 하고 바로 앞에 있는 목욕탕에 들릴 것이라 말했다. 군인 출신으로 큰 덩치에 매서워 보이는 얼굴이지만 87세 어머니 앞에서는 영락없는 어린 아들의 모습이다.

ⓒ (주)경주신문사


최고의 경쟁력은 정
여자 커트 5000원, 남자는 7000원, 파머는 1만5000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편하게만 한다고 사람이 많을 수는 없다. 실력이 기본이다.

김 대표는 “미용대회에 가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 젊은 사람들이 와도 멋있게 해줘”라며 기자를 거울 앞에 앉히고 실력을 뽐냈다.

그는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에게 커트를 무료로 해준다. 88년부터 지금껏 해오던 작은 나눔이다. 요양원이나 교도소 등에서 미용 봉사활동을 펼치다 지병이 있는 어머니 곁을 지키려 이제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에게 재능을 나누고 있다. 그는 무료로 커트 할 때면 더욱 신경 쓴다. 공짜라고 막 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님 대부분이 동네 분들이라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는 것이지. 머리를 못해서 싸게 하는 게 아니라며 미소 짓는 김 대표. “집착하면 안 돼요, 손님과 이야기하며 일하면 오히려 건강도 챙길 수 있어요. 내 나이에 이렇게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돈까지 벌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진선미 미용실’, 영업 노하우는 뭘까?
저렴한 가격? 아니다, 하지만 이웃사촌들과 행복을 나누는 작은 공간, 그 자리에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사람들이 기억하기 좋게 하기 위해 정한 시간이다.

최대인원은? 여섯 명 정도가 모여 앉으면 비좁을 8평 남짓 되는 공간이다. 작다보니 처음 오는 손님도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다.

단골관리는? 딱히 없다. 동네미용실이자 동네경로당, 그리고 동네다방이다. 이야기 하고 머리도 하며 커피도 먹고 하다보니 다시 찾는다.

가격대는? 여자 커트 5000원, 남자는 7000원, 파머는 1만5000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88년부터 왜? 지금껏 해오던 작은 나눔이다.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에게 커트를 무료로 해주며 나의 재능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 공짜라고 막 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내 나이에 이렇게 즐겁게 돈까지 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