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미락낙지돈지’ - ‘무작정’ 들렀다 집 밥처럼 ‘무진장’ 만족하다

이필혁 기자 / 2014년 0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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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무작정’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식당이 있다. 식당에서 일 한 번 해본 적 없는 주방장, 장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은행원 경력, 내 집에서 먹던 음식으로 정성스럽게 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영업을 시작한 곳이다. 바로 ‘미락낙지돈지’.

미락낙지돈지 김명화(59) 대표는 6년 전 무작정 식당을 시작했다. 은행을 다니다 가정주부로만 지냈던 그가 식당을 시작한 이유는 경제적 문제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죠. 전업주부로 지내다 보니 제일 잘하는 것이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죠”

경력 단절로 취업에 어려움이 있었고 내 집에서 먹는 걸로 해보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시작한 일이 식당이다. 쉰 셋에 처음 식당에 도전한 김 대표는 겁이 없었다고 한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지 않고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 본 적도 없는 그녀가 혼자가 식당을 시작한다. 무작정 집 밥을 내놓으면 된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장사라는 게 만만치 않았다.

↑↑ 낙삼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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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사람들 입맛이 대부분 조미료에 길들어 있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집에서 먹던 요리 그대로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오는 손님도 집밥을 찾는 단골이 많다.

“장사는 집에서 하듯이 그대로 합니다. 집에서 먹듯이 신선한 재료는 기본이죠. 새벽 장을 둘러서 계절 식재료를 준비합니다”

이곳 찬류는 6가지 정도다. 김치, 채나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반찬은 매일 만들고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가격이 저렴한 식당은 메뉴가 단출한 것이 특징이다.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 많기에 가짓수가 많으면 혼자 해내기 어렵다.

↑↑ 생선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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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메뉴는 다양하다. 고등어 추어탕, 생선구이, 매생이굴국밥, 새싹비빔밥, 메밀묵채 등 선택의 폭이 넓다. 혼자서 하기에 많은 메뉴지 않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먹는 밥인데 힘들면 장사 접어야지”라며 호통쳤다.

메뉴 중에서 고등어 추어탕이 눈에 띤다.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싱싱한 재료로 삶아 비린내가 거의 없다며 겨울철 인기 메뉴란다.

고등어 추어탕은 포항 지역에서 자주 먹던 요리다. 지역에서 고등어 추어탕을 하는 음식점이 많지 않아 새롭게 느껴진다. 생선구이는 가지미와 고등어를 한 마리씩 내온다. 보통 생선구이는 소금 간을 많이 한다. 이곳은 소금을 통째로 뿌리지 않고 소금을 물에 타서 사용한다.

“소금물로 간을 하면 간이 골고루 배고 소금도 적게 들어가 저염식 요리가 됩니다”
이곳이 저렴하게 장사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일인 식당이다. 점심에만 파크타임으로 사람을 고용한다. 그것도 한 명만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 <좌>매생이굴국밥. <우>굴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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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내가 해야 직성이 풀려요. 힘이 들더라도 말이죠. 이제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듣고 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지금처럼만 장사 됐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는 아들 장가보낼 때까지만 장사하고 싶다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2~3년 안에 장가갈 계획이라고 하니 이곳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그때까지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집에서 먹던 방식 그대로 손님에게 내고 있어요. 집밥 먹고 싶을 때 한번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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