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법과 불법사이, 불법체류 vs 임금체불

이재욱 기자 / 2019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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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반만년 역사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과거의 말이다. 한국은 이제 단일민족이 아닌 다문화민족이라고 봐야한다.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결혼이주, 근로, 유학 등)은 200만을 진작 넘어섰다.
지역만 해도 합법과 불법체류자들을 다 합치면 2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역인구가 26만이라고 봤을 때 약 7.7%의 인구가 외국인이라는 셈이다.
작은 사업체부터 산업체, 지역 농가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는 곳이 없다. 지역은 자동차 산업체들이 많이 있다. 대기업부터 1차밴드, 2차밴드, 3차밴드까지 있지만 대부분이 선호하는 근무처는 대기업과 1차밴드가 우선이며, 이직을 생각하며 마지노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2차밴드까지다. 그 이하로는 근무환경이 열악해 내국인들도 일하기를 꺼려한다.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야말로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해 지역산업의 싸이클이 돌아가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지역 체류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폐해도 같이 늘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불법체류와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이다.
얼마 전 기자의 출입처 중 한곳인 외국인 관련 센터를 방문했을 때다. 그곳에는 1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었고, 센터 관계자에게 임금체불에 대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 절반은 합법체류자였고, 절반은 불법체류자들이었다. 이들은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일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처음 몇 번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았지만 그 후로는 분납으로 지급을 받거나, 격월로 받았다는 것.
합법체류자들의 경우 늦더라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았지만,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직장을 구하고, 산업현장에 투입이 된다. 이들을 고용한 산업체는 임금을 아웃소싱 업체에 전달하고, 아웃소싱 업체는 이 임금에서 일부(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지급한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이 아웃소싱업체들이 불법체류인 것을 약점 잡아 임금을 전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들은 추방된 다른 근로자들의 사례를 이야기 해줬다. 몇몇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지급이 늦어져 불만을 이야기 하면, 아웃소싱업체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돈을 줄 테니 특정 장소를 지정해 나오라고 전달한 후, 출입국관리소에 불법체류자들을 신고한다는 것이다.
물론 불법체류이더라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지급을 받고 추방된다. 단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추방되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금을 못 받아도 제대로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불법체류는 잘못된 것이 맞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불법이 불법을 약점 잡는 것을 옳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불법을 불법으로 대응하면 그것은 불행으로 다가온다.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 중에는 한국에 남아있는 동료 외국인들에게 ‘어차피 곧 돌아가는 마당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한 명 대신 혼내주겠다’라는 말까지 한다고 했다.
듣다보니 무서운 이야기다. 고용주들은 싼 임금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면서도 정작 임금은 제때 지불하지 않으니 저런 무서운 이야기가 나온다.
불법체류자들이 체류할 수 있는 것은 열악한 환경의 일터에 일을 해야하는 인력이 부족해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게 전부가 아니다. 이제는 쓰다고 잘 못 뱉으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쫓다가 화를 초래하지 말고 정당한 노동엔 정당한 임금을 제때 지불하는 지역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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