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물 길 따라, 이야기 따라[6]형산강 하늬바람과 옹기장수이야기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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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바람이 옹기를 박살내다.

조선시대 형산강주변 부조장 (扶助場)이 성행할 때 일이라고 전한다. 어느 날 연일 현 형산강변 마을에, 옹기장수 한사람이 옹기를 팔러다니 다가, 길가에 옹기지게를 세워놓고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늬바람이 세차게 불어 옹기지게가 넘어지고, 옹기모두가 와그르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옹기장수는 아흔이 넘은 노모와 처·자식을 먹여살려야하는 가장으로 살림밑천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앞길이 막막했다. 옹기지게를 넘어트린 하늬바람이 원망스럽고, 서러움에 복받쳐 엉엉 울었다. 그때 「정선달」이란 사람이 지나가다, 박살난 옹기 앞에 우는 그를 보고 연유를 캐물었다. 그리고 무슨 좋은 수가 있을 듯하니 자기를 따라오라 일렀다. 집에 데려와 하늬바람을 고소하는 소장(訴狀)을 한 장 써주며, 당시 형산강 부조장을 관장하는 「어득호(魚得湖)」연일 현감에게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라고 일러주었다. 옹기장수는 하늬바람을 고소한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더구나 소인배인 행상처지에, 꼿꼿하고 호탕하기로 소문난 「어」 현감에게 이런 청원을 한다는 게 불안하고, 찝찝했다. 그러나 좋은 일이 생긴다기에 소장을 쥐고, 동헌을 찾아, 현감 뵙기를 청했다.

▼하늬바람을 고소, 옹기 값을 청구하다.
‘어디 사는 누구인데 나를 왜 찾아 왔는 고?’ 현감은 물었다. 행상은 소장을 바치며, 자초지종을 고하고, 도와주십사고 애원하였다. 현감은 소장을 대충보고 히죽 웃고 나서 한참 생각하다가 ‘부모에 대한 효성이 놀랍구나, 네 장사를 망친 하늬바람이 고약한 놈이구나. 잡아다가 옹기 값을 변상케 할 테니 기다리게’ 한다. 현감은 수하 포졸을 불러 「하늬바람」놈을 즉각 포박하여 대령토록 명하였다. 그러나 부하들은 어리둥절 무슨 명령인지 감이 안 잡혀, 머리만 긁적거렸다. 하늬바람은 사람이나 무슨 동물이 아니라 형체가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인지라 잡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현감은 껄껄 웃으며, ‘너희는 형산강 부조시장에 가서 정박해있는 배들의 사공과 선주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재차지시를 내린다. 수졸들은 역시 현감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지만 부조시장 과 형산강포구에 있는 선박들의 사공과 선주를 모조리 잡아다가 동헌 마당에 대령시켰다.

▼현감이 부조장터의 선주, 사공들을 불러 문초하다.
‘너희들은 여기에 온지 벌써 수일이 지나, 물품들이 다 매매되었다고 들었는데, 왜 떠나지 않고 여태 남아 있느냐? 그 이유를 이실직고 하라’ 선주와 사공들이 대답하길, ‘부산이나 강원도, 함경도방면으로 가려는 배는 모두 하늬바람이 잘 불어야하는 데, 이 바람이 불지 않아 아직 출발하지 못하고 계속 있습니다. 하늬바람이 불면 곧장 떠나겠습니다’라고 아뢴다. 다시 현감은 큰 목소리로 ‘네 이놈들! 너희들이 빨리 가기위해 하늬바람이 불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하고 제사도 지냈단 말이지. 오늘 그 바람이 갑자기 불어, 이 동네에서 옹기장수 한사람의 옹기 짐이 넘어져, 모두 박살이 났었다. 그로인해 오십 냥이라는 큰 손해를 입혔으니, 하늬바람을 부른 너희들의 죄인즉, 배 한 척당 두 냥씩 모아 옹기장수에게 손해배상을 하렸다’

▼하늬바람의 죄 값으로 옹기장수에게 50냥을 지불하다,
현감의 서릿발 같은 판결에, 선주들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감히 불복할 수 없어 돈을 내놓았다.「어득호」현감덕분에 옹기 값을 받게 된 옹기장수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동헌마당에서 덩실 덩실 춤을 추면서 ‘우리사또 명 사또, 우리사또 명판관, 우리사또 만만세’라고 외쳤고, 아울러 주변 군노사령과 모인마을 사람들은 물론, 돈을 낸 선주·사공들 까지 모두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고 전한다.

당시 형산강 부조시장이 성행하여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잘 돌아가고, 또한 고을 관리들의 애민정신과 함께 그때의 태평성대를 풍자한 이야기로 전해온다. 하늬바람은 가을에 맑은 날, 서쪽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으로 곡식을 잘 여물게 하고, 기타 추수, 결실 등을 돋우는 바람이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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