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아이들만의 잘못인가?

경주신문 기자 / 2021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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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와 연예계를 강타한 학교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이슈거리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드러난 논란을 보면 체육계뿐만 아니라 각 분야 공인들의 학폭은 학창시절에 벌어진 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학폭 피해자들은 아픔을 감내하며 지내왔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피해를 피력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만들어 지면서 억울하게 당했던 일들을 호소하고 가해자 처벌과 학폭없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

학폭 문제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은 기성세대가 학폭 문제를 어린 학생들 간에 벌어진 일탈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 기관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의 과도한 경쟁 심리 때문에 서로 간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고 있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는 물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어린 선수들 사이에 학폭 문제가 일상적인 단체생활 속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내 아이만 성공하면 된다는 일부 부모들의 그릇된 인식과 일선 지도자들이 성적을 위해 폭력도 정당시 여기는 행태 때문이라 여겨진다. 더 나아가 학교 측이나 관련 기관단체들은 과정이야 어땠던 좋은 성적을 내면 된다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반인권적 지도와 학생 간 폭력을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스포츠계 폭력과 성폭력 근절을 위해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선수들에게 가한 폭력이 언어폭력 15.7%, 신체폭력 14.7%, 성폭력이 3.8%에 달했다. 시기는 초등학생일 때 언어폭력이 19.0%, 신체폭력 12.9%, 성폭력 2.4%로 나타났으며 중학생일 때에는 13.8%, 15.0%, 4.9%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일 때는 중학생 때와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신체폭력 가해자는 코치, 선배선수, 감독, 또래 선수 순이었다. 조사 대상 선수 중 30%가 넘는 어린 선수들이 같은 조직 내에서 각종 폭력에 시달려 온 것이다.

경주에서는 한국의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선수였던 전 경주시청 최숙현 선수가 수차례 가혹행위를 참다가 지난해 6월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들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가 팀 관리감독과 선수보호에 필요한 제도·절차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팀 운영 전반을 감독 개인에게만 맡겨 왔다”며 “경북도, 도체육회, 문체부까지도 오랜 기간 자치단체가 전국체전, 도민체전 등의 성적만을 우선해온 것을 조장하거나 유지해준 관행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리고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장에게 순위 경쟁이 아닌 지방체육과 지역체육 활성화라는 직장운동부 설치 취지에 맞게 구성원 보호와 관리가 작동되도록 규정과 인력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경북도내에서도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경북교육청이 최근 3년간 도내 전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현황을 학교급별, 유형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2020학년도의 경우 지역별 심의건수는 포항 25.8%, 구미 15.4%, 경주 12.9%, 안동 6.6%, 영주 6.3%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별 학교폭력을 보면 신체폭력이 29.3%, 언어폭력 20.8%, 성폭력(사이버성폭력 포함) 22.2%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한 등교일 수가 적어지면서 신체폭력은 줄었지만 성폭력(사이버성폭력 포함)과 사이버폭력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학교 내 폭력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선 관계기관의 자성과 폭력을 엄벌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특히 관련 기관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선 지도자들이 인성과 인명을 존중하는 지도관을 갖도록 정기적인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기성세대는 어린 학생들의 폭력이 그저 일탈로 여겨서는 안 된다.

어린 선수들 간에 벌어진 학폭을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한다면 너무 무책임하다. 어린 선수들이 뛰어난 선수로서 기량을 쌓게 하는 것은 지도자들이나 학교, 관련 기관들의 역할이다. 어린 선수들은 담보로 폭력 문제를 외면한다면 직무유기이며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부모들과 체육계, 학교, 관련 기관은 학폭이 어린 선수들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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