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건동 폐철도부지 매각 논란 ‘반면교사’ 삼아야

1994년 경주시 민간에 매각하자 주민들 반발
28년 후인 현재 좁은 도로로 주차난 등 심각
잘못된 사례 거울삼아 미래 발전 방안 담아야

이상욱 기자 / 2022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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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창간 33년 역사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과거를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코너 ‘33계단’을 마련해 연중 기획보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이 지난달 28일 개통하면서 운영이 중단된 폐역사와 폐철로의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중반 주민 반발에도 폐철도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주택들이 건립된 이후, 현재에 이르면서 심각한 주차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례가 있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하다.
 
경주신문은 28여년 전인 1994년 12월 26일자 신문(제219호) 1면에 ‘폐철도 부지 매각에 주민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경주신문 1994년 12월자 발행 신문(제219호) 1면-‘폐철도 부지 매각에 주민 반발’ 제목의 기사.

당시 폐철도 부지는 대구선으로 1980년대까지 송화산에서 장군교, 성건동사무소, 경주세무서를 지나 경주역으로 연결된 철도였다.

이 철로는 송화산에서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지나 황성동 아파트 단지, 황성동 지하차도, 동천동, 황오동, 경주역으로 도착하는 선로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성건동 일원을 지나던 철도는 폐선됐다.

이 폐철도 부지를 두고 성건동 주민들이 지난 1994년 12월 8일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반발했던 사연을 당시 보도된 기사를 통해 요약하면 이렇다.

갈등의 발단은 경주시가 이 폐철도 부지를 매입해 민간에 매각하면서다.
성건동 주민들은 경주시의 이 같은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집회까지 강행하면서 폐철도 부지에 녹지 조성과 도로 확장 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기사에는 주민들의 반발에도 경주시가 이곳 폐철도부지 1만2452평을 매각했다고 전한다. 이에 주민들은 이곳 부지를 녹지로 조성하거나 시내버스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8m 도로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1980년 11월경 경주시가 철도 양쪽에 녹지를 조성한다고 땅을 내놓으라고 해서 반강제적인 분위기에서 내줬는데, 14년이 지난 지금 녹지를 택지로 바꿔 매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폐철도 부지 양쪽에 8m의 도로를 만든다는 것은 도시계획시설 규정이나 지역 균형개발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고 매각을 강행했다. 또 주민 요구보다 1m 좁은 7m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경주시의회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하고, 그해 12월 19일~21일 사흘간 입찰을 통해 매각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진 속보는 1995년 5월로 넘어간다. 본지 237호 지면에는 당시 이곳 부지 일부를 매입한 유력 건설회사가 80세대의 8층 규모 아파트 건립 신청서를 경주시에 제출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 1995년 7월 24일자(제245호)에 보도된 후속기사.

그러나 그해 7월 들어서는 경주시가 고도제한을 25m에서 10m로 변경하는 폐철도부지 고도지구 열람 공고를 하자 이번에는 부지 매입 업체와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3층 이상의 건물을 건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속을 당시 경주시장이 주민들에게 구두로 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오락가락했던 행정의 전형을 보이면서 비판을 자초했던 것이다. 당시 보도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경주시가 폐철도 부지를 택지로 매각한 것은 단견’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매각해 택지를 조성할 때 얻는 것은 녹지고, 잃는 것은 시민 휴식공간이다, 고도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매각은 성급한 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 이상의 과정은 차치하고서라도 결국 성건동 폐철도 부지에는 빌라와 상가 등 신축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이곳 폐철도 부지에는 이젠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로 채워졌고, 도로는 양쪽에 주차한 차량들로 인해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다. 당시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인해 현재를 사는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짐작되고도 남았다.

↑↑ 1990년대 중반 매각한 폐철도 부지에 주택이 난립해 좁은 골목길에는 주차된 차들로 인해 양방향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사진 왼쪽 편이 과거 열차가 지나던 철도 부지다.

2022년 현재 경주시는 동해남부선 등의 개통으로 운행이 중단된 폐역과 폐철도의 활용방안을 두고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그 중 하나로 폐역된 경주역사(878㎡)와 역광장(6000㎡)을 문화·체험·전시공간인 ‘경주역 문화플랫폼’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주역을 비롯해 폐철도 부지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개발계획 수립까지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먼저 임시활용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앞서 시는 폐역·폐선이 될 경주역·광장·철도부지 14만8770㎡에 대해 공공청사, 상징타워, 상업시설 등 행정·문화·상업이 어우러지는 도시 중심 공간 조성을 구상한 바 있다. 이는 중·장기 구상으로 부지매입을 위한 예산 확보와 발굴조사, 민간 투자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시는 동천동, 황성동 일원 9만8237㎡(사유지 6만8911㎡) 부지에 560억원을 들여 철로변 완충녹지를 활용, 형산강~북천을 잇는 상생의 도시 숲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폐철도 80.3㎞(동해남부선 53.2km, 중앙선 27.1km) 대부분의 부지와 17개 간이역(37만여㎡)에 대한 활용계획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업 방향과 세부 계획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는 현재까지 수립한 활용방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행정당국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성건동 폐철도 부지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이 같은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주시가 미래를 보고 경주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폐철도 부지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이라도 폐철도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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