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경주신문 기자 / 2022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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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다르다. 인생에 있어 우선순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치를 즐기는 우리가 한민족이고, 한민족은 기본적으로 김치를 좋아하는 걸 보면 우선(優先)이라는 주관성도 문화나 나라마다 나름의 일반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와 인구통계학 연구, 콘텐츠 분석과 데이터 기반의 사회과학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퓨 리서치 연구소(Pew Research Center)에서는 전 세계 17개 선진국에 사는 19,000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무엇이 삶을 가장 보람되게 만드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가족과 아이들(38%), 직업(25%), 물질적 풍요(19%) 순으로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친구와 지역사회(18%), 육체적·정신적 건강(17%), 사회와 제도(14%)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사랑스러운 배우자(4%)나 여행과 새로운 경험(3%), 반려동물(1%)도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들을 살펴보면, 먼저 17개국 중 14개 국가에서 다른 어떤 요소보다 ‘가족과 자식’을 삶을 값지게 만드는 원천으로 언급했다. 가족과 친인척을 통한 정체성의 구축은 삶에 필수적이라서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특히 부모, 형제자매, 자녀와 손자·손녀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많았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 친척의 성취로부터 얻어지는 자부심, 자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남기고 싶은 열망 등도 마찬가지였다. 호주, 뉴질랜드, 그리스, 미국에서 약 절반 이상이 삶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존재로 ‘가족’을 꼽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가족’, ‘직업’ 및 ‘물질적 풍요’는 삶의 3대 우선순위라고 부를 만한데, 우리나라는 이 중에서 ‘물질적 풍요’를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다음이 ‘건강’이고 그다음이 ‘가족’이며 ‘낙관주의(잘할 수 있어, 잘 될 거야)’와 ‘자유’ 순이다. 다른 덕목보다 ‘물질적인 부유’함이 우선한다고 한국인들이 속물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삶에서 돈이 왜 가장 중요한 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매력적인’ 배우자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항목에서도 한국은 가장 적은(1%) 동의를 표했다. 오히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할 거라 예상되는 호주, 스웨덴, 영국은 ‘친구’ 또는 ‘커뮤니티’가 삶에 있어 매우 중요(28%)하다고 했다. 반면에 가족애나 집단주의로 유명한 동아시아 국가들 가령 일본(8%)이나 대만(6%)에서는 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꼴찌(3%)다.

‘반려동물’이 삶에서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언급한 나라 중에 대만, 싱가포르, 한국이 있다. 이쯤 되면 우리 한국은 뭐지? 싶다. ‘직업’ 내지 ‘노동’에도 가장 낮은 점수(6%)를 주면서도 ‘경제적 풍요’는 어떻게 가장 중요할 수가 있을까? 주식 대박이나 로또로 인생 한방 같은 화끈한 걸 즐겨서일까? 졸지에 벼락거지가 되어버린 요즘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일까?

여기서 잠깐. 우리는 과연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앞에서 매긴 우선순위는 과연 진짜일까? 바닷속 물고기가 바다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듯, 어쩌면 우리는 삶 속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서야 ‘아, 그때 그게 중요했구나!’ 뒤늦은 후회로 우린 인생을 알아가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는 무려 75년 간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 보았다고 한다. 매년 그들의 직업과 가정생활, 건강상태에 관해 모니터링을 했다. 724명이 지금은 60명(대부분 90代)만 생존해 있지만 연구 결과는 선명했다. 바로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가족, 친구나 공동체 등 사회적으로 연결이 긴밀할수록 사람은 더욱 행복하고 오래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개인적·사회적 고립이나 고독은 그래서 매우 유해(toxic)하다. 행복감을 덜 느끼며, 중년기의 건강은 더 빨리 악화되며, 뇌 기능도 일찍 저해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 음악인으로는 최초로 우리의 방탄소년단(BTS)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수상하는 자리였다. “팬 여러분들은 우리의 우주(Universe)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작은 그룹이었습니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없었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보아하니 이들도 80살이 되도록 행복하고 또 건강할 게 분명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밝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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