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새로운 숨을 불어 넣어야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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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클러스터장
공학박사
중심상가를 지나다 보면 임대나 매각이라는 종이를 붙인 빈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에서도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사람들을 끌어올 큰 유인력을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 중심상가 활성화 정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먹거리와 볼거리 조성, 도로포장, 시설물 리모델링, 임차료 지원과 같은 외관을 바꾸거나 일상적 지원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의 틀을 활력 있게 만드는 근본적 처방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앞서 정책들은 투입 대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계획과 설계 분야에서는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중요시한다. 거점 시설을 양 끝에 두면, 사람들이 그곳을 오가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경주는 지금 동서남북으로 핵심 거점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북의 경주읍성, 남의 황리단길, 동의 옛 경주역 부지, 그리고 서쪽의 터미널 부지다. 이 네 거점을 전략적으로 조성하고, 네 곳으로부터의 사람들의 흐름이 교차하는 중심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주읍성은 북측의 가장 대표적인 앵커가 될 것이다. 동쪽 향일문을 시작으로 조만간 북문 복원을 비롯한 북동측 성벽의 복원이 진행될 것이다. 성문과 성벽 말고도 성안에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많은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들을 엮어낸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간의 핵심 거점이 만들어져야 한다. 야마구치 의원, 비보수와 집경전지, 월성아문과 동헌, 동경관, 심지어 화교학교 등 조선시대와 구한말, 근대까지의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남측 월성과 대릉원, 그리고 황리단길의 번화함이 경주읍성으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레 신라에서부터 근현대로 이어지는 역사 여행이 가능한 남북의 축이 완성된다.

동쪽에는 새로운 기회가 움트고 있어 전략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동측의 옛 경주역 부지는 여러 용도로 논의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중심지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공공청사, 기업본사, 또는 이와 연계된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안들이 제시되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부지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체 또는 일정 부분 이상을 시민들과 소통이 가능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옛 경주역사와 대칭되는 곳은 서측의 터미널 부지다. 터미널 이전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필자는 터미널을 이전하는 것보다는 잘 구성하여 활용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경주역에서 보문이나 다른 지역으로 직행하는 버스와 별개로 기차 시간에 맞춘 경주역에서 터미널까지의 셔틀버스를 운영하여 경주의 도착지자 출발지를 이곳으로 삼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동으로, 북으로 혹은 황리단길로 도보로 이동하는 경로상에서 사람들은 여러 경주의 보석 같은 공간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경주를 떠나는 관광객들도 KTX 출발시간에 맞춰 셔틀버스를 타러 다시 이곳으로 한 번 더 들리게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4곳의 핵심 거점만큼 중요한 것은 가운데 지역인 중심상가다. 동서남북의 인파들이 교차하는 이곳은 발상의 전환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전 기고에서 필자는 중앙상가 지역에 캠퍼스 타운을 제안한 적이 있다. 실제 대구에서도 동성로를 중심으로 캠퍼스 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작년 말 대구권 12개 대학 총장들이 협의체를 발족하고 대구광역시와 함께 사업을 착수했다. 캠퍼스 타운이라 하여 거창한 건물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빈 건물을 빌려 개보수, 수선하여 학생들을 위한 강의실, 교수 연구실, 세미나 장 등을 만들어 외곽지 산속에 있는 젊은 활기를 도심으로 끌어오자는 것이다. 열정 있는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창업도 추진할 수 있도록 시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곳에서 작은 세미나와 워크숍을 개최하고 지역대학의 연합 축제가 이곳에서 벌어질 날을 상상해 보라. 거기에 동서남북의 거점이 완성되면 분명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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