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촉발한 식량 위기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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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애
디딤ESG교육원대표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해마다 장마와 가뭄 등으로 일어나는 빈번한 채솟값의 폭등과 폭락을 많이 경험한 우리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채솟값 폭등이 일시적일 것이라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우리나라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많이 내린 겨울비와 봄비로 인해 채솟값이 올라가는 것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놀라고 위협을 받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예년과 달리 일시적인 기후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이한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온난화로 일어나는 이러한 기후 문제는 단순히 온도 상승의 문제를 넘어서,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과 세계식량계획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식량 불안정에 처한 인구가 현저히 증가하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중단, COVID-19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 이슈들과 더불어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식량 가격 상승과 공급 문제에 관한 실제 사례들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농작물의 성장 조건을 변화시키고,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불러일으키며, 해충의 생태계 변화를 유도하여 식량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에서도 2023년과 2024년 겨울 및 봄철의 비정상적인 강우는 채소 작물의 재배에 큰 어려움을 야기시켜,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하며, 농민들의 생계에도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중단과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은 식품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폭우와 가뭄 등의 기후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국제적 충돌은 농업 생산뿐 아니라 곡물 수출에도 지장을 주어, 전 세계 식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가격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식량 안보의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협력과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2024년 4월 현재 국제적인 논쟁거리가 되는 곡물 자원은 카카오와 설탕이다. 카카오 코인이 유행할 정도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설탕 최대 생산국 중의 하나인 인도에 들이닥친 폭우와 가뭄으로 인해 사탕수수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인도는 사탕수수로 에탄올을 만드는 데 치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2023년 초 세계 설탕 가격은 지난 6년간 최고치로 올랐고, 2023년 8월에 설탕 선물 가격은 연초보다 20% 급등했다. 인도는 2024년부터 설탕 수출 제한에서 수출금지로 바뀔 것이라는 확실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장 몇 개월은 설탕값을 올리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시책이 있지만 그것만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여러모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곡물이나 채소의 수급 문제도 비상령이 떨어졌지만 수입되는 대체 불가한 제품들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안보 문제는 글로벌 이슈로서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체계의 구축, 공급망의 안정화, 그리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식량 분배의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과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농업 기술의 혁신과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의 도입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식량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이다.

필자가 ESG에 관한 교육을 하면서 가장 앞세우는 것이 에너지 안보와 식량 안보이다. 이 두 가지를 자립하지 못하면 기후 위기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적인 대응에 민첩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지자체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다가오는 4월 10일에 치러지는 경주지역 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들이 밝힌 공약에서 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탄소중립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은 당장 밥상의 물가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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