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문화유산 관리체계 서둘러 마련해야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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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 가운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문화유산이 수두룩하다. 지자체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는 비지정문화유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유산은 크게 지정문화유산과 비지정문화유산으로 나뉜다. 지정문화유산은 문화유산보호법이나 시도지정유산보호조례에 따라 지정해 보호하는 국가유산이다. 비지정문화유산은 지정문화유산 외에 지속적인 보호와 보존이 필요한 국가유산을 말한다. 비지정문화유산 역시 국가유산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 내 국가지정문화유산 245점, 도지정문화유산 123점 등 총 368건의 문화유산이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반면 비지정문화유산은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아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가 비지정문화유산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8일 경주시 문화재과를 상대로 한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다. 이경희 의원은 이날 비지정문유산에 대한 관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그 사례로는 불국동 소재 효부손씨·효부최씨 양세정려각과 내남면 소재 효자 최치백 정려비 등을 들었다.

이들 정려비에 대해서는 본지 연중기획 ‘다시 돌아보는 孝子, 烈女碑(효자, 열녀비)’에서 관리 부재로 훼손이 심각해 정비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본지 보도 당시 파악한 이들 정려비에 새겨진 선조들의 효행은 현시대의 우리가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불국동 소재 효부손씨·효부최씨 양세정려비에는 고부간인 손씨와 최씨가 남편과 시부모님을 극진히 모셨던 효행에 대한 내용을 새겨놓았다. 이 비는 조선시대 순조 2년(1802년) 암행어사에 의해 효행이 조정에 알려져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내남면 소재 효자 최치백 정려비는 인조 때 그의 효행을 백성들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세워졌다. 더구나 비문의 글씨는 당시 명필가인 이광사 선생의 친필로서 서예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주시 등이 보존 및 정비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비각은 기울어지고, 지붕기와와 나무 살대가 파손되는 등 훼손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안강읍 소재 월성손씨정려비 등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본지 보도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효자, 열녀, 열부들의 효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라에서 세웠던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현세에 들어서는 정작 관리조차 되지 않아 효(孝)의 의미마저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경희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곳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자료를 근거로 비지정문화유산에 대한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들 정려비는 지금부터 관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바로 유실된다고 지적하면서, 경주시가 관리가 되지 않아 사라져가는 가치 있는 유산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경주에는 수많은 국가·도지정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비지정문화유산 관리에까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일정 부분은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실 위기에 처해 있는 문화유산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향토문화유산 보호관리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 7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향토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해 비지정문화유산 관리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주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문화유산은 조상의 흔적이 묻어있는 역사의 증거다.
한 번 훼손되면 원형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다.

이 같은 문화유산들이 후손들의 소홀한 관리로 사라진다면 또 다른 후손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의 비지정문화유산이 먼 훗날 재조명받아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또 문화유산은 단순히 유물로서의 가치만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함께 자긍심으로 표현된다. 그 자긍심이 가장 큰 도시가 바로 경주이며, 경주시민이다.

경주시가 비지정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를 위한 여력이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경주시는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비지정문화유산 보존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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