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궁이 있고 왕실에서 잔치를 베풀던 동궁과 월지(1)

하성찬 시민전문 기자 / 2024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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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지 서편으로 3동의 건물이 복원되어 있다.

문헌으로 살펴본 동궁과 월지

↑↑ 하성찬 시민전문기자
월성의 동북쪽에 있는 이 유적은 임해전지 혹은 안압지라고 알려져 왔으나 2011년 7월부터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 이유는 임해전은 신라 별궁인 동궁에 속하는 하나의 건물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동궁으로 변경한 것이고, 안압지는 조선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안(雁)]와 오리[압(鴨)]들이 날아들자 묵객들이 안압지라고 하였는데,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 등으로 신라시대에는 이곳이 월지라고 불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원래의 명칭인 월지로 변경한 것이다. 현재 국가유산청에는 사적으로 지정되어 ‘경주 동궁과 월지’로 등록되어 있다.

월지와 임해전에 대한 기록은『삼국사기』「신라본기」와「직관지」등에 의해서 확인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무왕 14년(674) 2월.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 문무왕 19년(679) 8월. 동궁(東宮), 즉 태자궁을 짓고 궁궐 안팎 여러 문의 이름을 지었다. 효소왕 6년(697) 9월. 군신들을 임해전에 모아 잔치를 베풀었다.
경덕왕 11년(752) 8월. 동궁아(東宮衙)를 설치하고 상대사(上大舍) 1인과 차대사(次大舍) 1인을 두었다.
혜공왕 5년(769) 3월. 신하들을 임해전(臨海殿)에 모아 잔치를 베풀었다.
소성왕 2년(800) 4월. 폭풍으로 임해(臨海)‧인화(仁化) 두 문이 파괴되었다.
애장왕 5년(804) 7월. 임해전을 중수하고 새로 동궁 만수방을 지었다.
헌덕왕 14년(822) 1월. 동생 수종을 부군(副君)으로 삼고 월지궁(月池宮)으로 들였다.
문성왕 9년(847) 2월. 평의전(平議殿)과 임해전을 중수하였다.
헌안왕 4년(860) 9월. 왕이 임해전에 군신을 모았다.
경문왕 7년(867) 1월. 임해전을 중수했다.
헌강왕 7년(881) 3월. 군신을 임해전에 모아 잔치를 열고 주연이 한창일 때 왕이 거문고를 타고, 좌우의 신하들은 노래를 부르며, 지극히 즐겁게 놀고 마셨다.
경순왕 5년(931) 2월. 고려 태조를 임해전에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삼국사기』 「잡지(雜誌)」 ‘직관조(職官條)’에는 동궁관·동궁아·세택·월지전·승방전·월지악전 등의 기록이 보인다.

이상의 기록에서 임해전은 왕궁의 면모를 갖춘 채 통일신라 말까지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통일신라 말의 어지러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49대 헌강왕 이후에는 50여 년 동안 관련 기록이 보이지 않고 있다가 경순왕 대에 와서 고려 태조를 초빙해서 연회를 베푼 것이 사실상 마지막 기록이다.

고려에 들어와서는 이에 대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이후 조선 성종 17년(1468)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안압지는 천주사(天柱寺) 북쪽에 있으며 문무왕이 궁 안에 못을 만들고, 돌을 쌓아 산을 만들어 무산 12봉을 상징하여 화초를 심고 짐승을 길렀다. 그 서쪽에는 임해전이 있었으나 지금은 주춧돌과 섬돌만이 밭이랑 사이에 남아 있다”

조선 전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경잡기(東京雜記)』에도 『동국여지승람』과 유사한 기록이 보이나 단지 임해전에 관한 부분만 “애장왕 5년(804) 갑신에 중수되었다”라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또 조선 현종 10년(1669)에 경주부윤 민주면(閔周冕)이 경주 향교 중수 때 임해전 터의 초석을 많이 옮겨 갔던 사실과 숙종 대의 부윤 권이진이 이곳을 둘러보고 ‘고궁옛터’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단종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이곳을 둘러보고 읊은 것으로 추정되는 ‘안하지구지(安夏池舊趾)’란 시가 있다.

钁池爲海長魚螺(곽지위해장어나)
못을 파 바다 삼으니, 고기 헤엄치고 소라 기네.
引水龍喉岌峩(인수용후급아)
물을 대는 용의 목 그 형세 우뚝도 하다.
此是新羅亡國事(차시신라망국사)
이 모든 풍광이, 신라의 망국을 부른 일인데
而今春水長嘉禾(이금춘수장가화)
이 봄에 물을 대어, 벼 논 적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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