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시 핵심유적 활용 정책은?

이상욱 기자 / 2024년 10월 24일
공유 / URL복사
↑↑ 일본 나라시 헤이조쿄의 복원된 주작문 앞의 수양버들도 볼거리가 되고 있다.

오사카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나라시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도시 풍경이 경주와 닮았다. 평성궁을 지나 나라시청까지 도심으로 가는 길에 고층 건물이 없고, 곳곳에 전통가옥들이 자리 하고 있는 모습도 어쩌면 유사하다. 고대의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를 떠올리며 바라본 나라시는 푸근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 9월 24일 본지 기자는 나라시청을 찾아 나라시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정책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나라시 관광전략과 타데이시 켄지(立石堅志) 학예원, 문화재과 이케다 히로히데(池田裕英) 계장을 비롯해 부서별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편집자주

↑↑ 일본 나라시 나라공원에는 사슴과 사람들이 어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뷰] 일본 나라시 관광전략과 ‘타데이시 켄지’ 학예원 
“1300년 전 역사 알리며 머무는 관광정책 수립에 주력”

일본 고도(古都) 나라시의 올해 3월 기준 지정문화유산은 총 978건.

이중 국보 121건, 중요문화유산 495건, 기념물 41건 등 국가지정문화유산만 총 661건에 이른다. 또 나라현 지정문화유산 154건, 나라시 지정은 163건으로, 말 그대로 유적의 보고다.

1300년 전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시의 역사적 가치가 지정문화재 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나라시는 지난 1998년 헤이조쿄(平城京), 동대사, 약사사 등 8개 문화유산이 하나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에 따라 나라시는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한 관광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현재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인접한 오사카시와 교토시에 비해 부족한 숙박 관광객수 증가를 위한 정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나라시 매력 발신

“나라시를 찾은 관광객들이 오랫동안 머물며 즐길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자 사명이다”

나라시 관광전략과 타데이시 켄지 학예원은 나라시 문화재 활용 관광정책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라시청에서 문화재와 관광 등 관련 부서에서 업무를 두루 거친 베테랑 공무원이다.

타데이시 학예원은 “나라시의 문화재 활용 관광정책으로는 먼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 나라시의 관광자산을 홍보하는 팜플릿과 SNS, 홈페이지를 활용해 그 매력을 전 세계에 발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민간단체인 나라시 관광협회와 손을 잡고 세계유산과 연계한 여행루트와 상품 등을 개발해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나라시 관광전략과 ‘타데이시 켄지’ 학예원.


머무는 관광 위해 다양한 정책 개발·시행

타데이시 학예원은 나라시 관광의 현황과 향후 과제도 언급했다.

나라시 ‘관광입객수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나라시를 찾은 관광객은 1219만9000명. 이중 숙박객수는 174만8000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14.3%였다.

타데이시 학예원은 “현재 나라시의 가장 큰 문제는 매력적인 문화유산이 풍부함에도 불
구하고 인접 도시인 교토, 오사카에 비해 숙박 관광객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철도회사, 여행사, 관광협회가 협력해 8개 세계유산을 야간에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그리고 이른 아침에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또 나라현과 협력해 수준급의 호텔을 유치해 숙박 여행객을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나라시는 야간 관광프로그램으로 ‘조용한 체험 관광’과 ‘야간 즐길거리’ 등 투트랙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민간단체와 지역 주민, 그리고 사원의 협조를 얻어 등불축제, 야간점등, 이벤트 등을 열고 있다.

맛집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나라시의 식당 개업과 영업 지원 덕분에 관광객 취향에 적합한 식당이 늘고 있다는 것이 타데이시 학예원의 설명이다.

그는 “번화가와 즐거운 분위기가 많은 오사카와 경쟁하기보다는 나라시 특유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식당에서 관광객들이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나라시는 관광객들이 숙박 뒤 이른 아침 사찰 등지에서 참배하는 프로그램, 새벽 운치가 아름다운 동대사와 나라공원의 사슴 등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8개 세계유산 투어를 통해서는 1300년 전 나라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문화유산 관람을 위해 나라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그 문화유산의 역사적인 배경과 가치를 제대로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관광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

타데이시 학예원은 “나라시가 일본의 도읍이었던 시기가 1300년 전으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관광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나라시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관광객들에게 흥미도 유발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발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시대 이외의 시대 어필 ‘주력’

나라시는 1300년 전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시대 이외의 시대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8세기 말 일본 에도시대 이후의 역사적인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마치’다. 과거 나라의 상인들이 주로 머물렀던 이곳은 음식점, 카페, 갤러리, 잡화점,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타데이시 학예원은 “나라마치는 에도시대, 18세기 말쯤에 세워진 건물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가장 일본다운 거리로 보존되고 있다”면서 “나라시대 뿐만 아니라 일본 역사 속에서 여러 시대의 모습을 어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관광객수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중국, 특히 대만에서도 많이 오고, 또 유럽 관광객들은 장기간 숙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라시는 오래 머무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긴 시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고 하나씩 시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나라시 문화재과 ‘이케다 히로히데’ 계장.


[인터뷰] 나라시 문화재과 ‘이케다 히로히데 ‘계장 
“문화유산 활용해 다양한 관광프로그램 개발”

나라시 문화재과는 문화유산의 발굴과 정비 등 고유 업무와 함께 발굴·정비·복원현장 공개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나라시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특별사적·특별명승 ‘궁터정원(宮跡庭園)’이다. 이 정원은 나라시대 대규모 정원으로 원형이 잘 남아 있는 귀중한 유구다. 나라시대 뛰어난 정원이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설계와 정원 축조방법 등을 알 수 있는 극히 드문 사례로, 1978년 특별사적, 1992년에는 특별명승으로 지정됐다. 특히 돌을 깔아서 만든 연못은 양호한 상태로 발굴돼 진품을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1980년 발굴을 시작해 정비·복원을 거쳐 1985년 공개된 이 정원은 열화 현상으로 2014년부터 6년간에 걸쳐 재정비했고, 그 현장을 공개했다.

이케다 히로히데(池田裕英) 나라시 문화재과 계장은 “당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전통 방식으로 궁터정원을 정비했다”면서 “현장을 공개함에 따라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정비 과정의 어려움을 시민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재과 차원의 문화유산 활용 방안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이케다 계장은 “나라시대 조성된 평성궁 내 동원정원, 사찰 내 정원 등 고대 정원 투어를 개발해 시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또 이들 정원을 활용해 국화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과 같이 나라시대에 실제 행해졌던 행사들을 재현하고 있다. 특히 평성궁의 위사대 의식 등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문화재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시도들을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